posted by 우꺄꺄 2010. 10. 26. 13:35



날밤을 새고 아침에 바라본 풍경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바라본 풍경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여명의 순간이죠..^^

오랫만에 아침노을을 찍어봤습니다..

++

슈퍼내츄럴의 10화의 스케줄이 하루하루 밀리면서..
덩달아 움짝달싹 못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어요..-_-;

작화감독이란..익히 알고 있는 대로 참 못해먹을 짓입니다..


내 스스로 게을러서 일이 계속 밀리면..
정신차리고 '죄송합니다'..하면서..
분발해서 열심히 하면 되지만..

내가 아닌 스케줄이 밀릴대로 밀린 다른 사람이 일을 끝내오길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날림으로 그려진 그림을 모두 다시 그리고 있는 것보다 더 못할 짓이예요..


작화감독이란게 그렇게 고생바가지의 피말리는 짓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기때문에..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들어오는 작감제의는 모두 거절을 했던 것이지만..
역시 언젠가 적었던 것처럼..지금의 이곳에서는 어느날 스스로 자청했으니..
고생스러워도 할말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해야만 하는 때라는 게 있는 것이고..
해야겠다는 그 결심을 하기까지..또 많이 망설였으니까요..
하지만..지금은 어쨋든 해야하는 때입니다..흠..
그게 언제까지일까요..;;;

작화감독은 고생스럽긴 해도..
나중에 필름이 나오면 뿌듯한 감은 있습니다..
어쨋든..모두 제 손을 거친 그림과 움직임이라..
한컷한컷 소중한 느낌이 드니까요..
 
++

이번 10화는 작감말고 레이아웃만 40개를 더 그려가면서
작감을 봤습니다..


보통 300여컷의 한편을 여러명의 원화맨이 나눠서 그리기때문에..
스케줄 고려해서 한사람당 15~20컷을 부탁하고 있지요..
물론 급여로 받으며 일하는 사람도 있고..단가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이정도씩의 일을 할당해줍니다..

나중에 분통터뜨리지 않고 작감일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한 시간과 퀄리티를 생각하면..
레이아웃을 40컷이 아니라 한편의 1/3의 양인 100컷을 해가면서 작감을 본다고 한들..
불만은 그리 없습니다..

만..그건 제 생각이고..
다들 함께 일을 해야죠..


물론..자기의 그림은 자신만 보는게 아니라..
별의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다 보고 있다는 것만이라도 자각해서..
좀더 성의껏 그려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국사람이나..일본사람이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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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스케줄은 고무줄입니다..

보통 TV시리즈 시작해서 궤도에 올라 방영과 함께 진행이 되면..
나중엔 레이아웃 2주..원화2주가 되지요..
그사이에 연출과 작감이 레이아웃한 것들을  봐서 되돌려주면..
원화맨이 다시 깨끗하게 정서를 하고..그걸 다시 연출과 작감이 체크하는 시스템인데..

이 2주/2주 시스템이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ㅎㅎㅎ;
그래도 방영중인 작품은 어떻게든 방영시일이 정해져 있으므로..
일주일낮밤을 잠을 자지 않더라도 지켜야겠죠..


슈퍼내츄럴은 TV방영은 하지 않고..DVD출시만 되는 작품입니다..

그래도..정해져있는 스케줄은 있지요..마냥 그리고만 있으면..
제작비의 출혈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한번 정해진 스케쥴은
지켜져야 하는 겁니다.. (최종 편집일이라던가 말이죠..^^)

(슈퍼내츄럴은 레이아웃/원화가 3주/3주로 되어있습니다..)




제작 진행이 스케줄을 처음 짤때..
전체적인 시간을 고려한 이상적인 배분을 해놓습니다.. 

언제든지 변수는 작용하기 때문에..유도리는 이 사이를 왔다갔다 하지만..
수많은 각 파트별로 까먹는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뒤파트로 갈수록 시간은 없어집니다..


++


좀 다른 얘기지만..건물을 하나 세운다고 합시다..
큰기업인 이름이 알려진 원청회사는 발주인에게 큰 돈을 받지요..
그걸 크게(어쩌면 반이상) 떼어먹고 공사를 2차회사에 넘깁니다.. 

그럼..그 2차회사도 돈을 반 떼어먹고..
그 밑의 아주 작은 하청기업에 공사를 넘기고..
하청기업에서도 어쨋든 이윤을 남겨야하니..돈을 떼고..
공사를 하는 작업인부들에게 돈이 할당되는 거죠..

이 단계가 3단계에서 그칠지..4단계이상이 될지에 따라..
직접 공사를 하는 하청기업에 돌아가는 돈이 더되던 덜되던 하겠죠.. 

건물은 다른 사람들이 짓고..건물 이름은 원청회사인
큰 회사 이름을 빌려 그럴싸한 이름이 붙는 것이죠..

안으로 들어가면 부실공사에 이름만 그럴싸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건물 되기쉽상인 구조입니다.. 


(알고도 속고..모르고도 속는 세상다반사..)



결국은 건물을 짓는 일도 '말단의 말단의 말단인 노동자들'이 손으로 하는 일이라..
 그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면 보람도 느낄텐데..
위에서 위에서 몇차례에 걸쳐 떼어먹으니..
돌아오는 돈이 적은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시간도 까먹고 돈도 까먹어 날림됩니다..


마찮가지로 농사를 짓는 분들도.. 더운데 땀흘려 고생한 것에 비하면 돌아가는 돈은 적지만..
결국 몇단계로 이어지게 되는 중간상인에 의해 금액이 올라가서
소비자에겐 비싼 농산물이 돌아가는 것과 매한가지로..


사람의 손이 걸치는 단계가 많은 일들일수록..
앞에서는 뭔가 떼어먹게 되어있습니다..ㅎㅎ;;
(돈이든 시간이든..둘다든..)


애니메이션도..사실 한국의 고질적인 애니메이션 환경에선
돈을 누군가는 떼어먹는? 분이 있으십니다..ㅎㅎ
(민감한 문제이므로 더이상 구체적으론 말못하지만..-_-;)



얘기하다보니 여느때와 같이 또..뭔 쓸데없는 얘기를 줄줄이 했는데..-_-;


돈이 아니라 단지 스케줄적인 측면에 있어서의 애니메이션 제작시간은..
앞단계에서 다 떼어먹는다..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거지요..ㅎㅎ;


그래서..뒷파트로 갈수록 시간이 더 없고..날밤도 더욱 더 많이 새야하고
당연히 뒷파트로 갈수록 퀄리티 망가지는 건 다반사이고...

이게 제가 제일 싫어하는 패턴인데..


될수있으면..모두에게 첨부터 정해져있던 시간은
골고루 누릴수 있어야 하는 게 맞는 거라는 걸..말하고 싶지만..
여러 사람이 하는 일이라 또 그게 어려운..참..;;


사실 첨부터 정해진 굉장히 이상적인 스케줄표는 뒷파트엔
정확히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대략 몇일까지 해주세요..라고 말만 전달하지..
정확한 스케쥴 표딱지는..연출.작감들에게 까지만..
전달되게 마련이라..모르는게 약인셈이죠..



그래서..애니메이션 스케쥴은 죽죽 늘어나는 고무줄인데..
그 고무줄은 앞파트에서 까먹게 된다고 하는..의미상의 고무줄..

뒷파트에서는 한껏 당겨져 팽팽패질대로 팽팽해진 덜덜 떨려
 언제 무서운 기세로 튕겨질지 모르는 무서운 고무줄이라고..-_-;



+++



뭔..이런 재미없는 얘기를 이리 길게..;;
(뭐..하루이틀도 아니니..-_-)


앞글을 끄적인지 12일이 지난걸 보니..그만..;;;



요즘은 신랑의 먹네이비 트렌치코트제작도 유보상태입니다..

랩스커트는 그 와중에도 틈틈히 만들어놨지만..
(생각보다 만들기 간단했어요..)


역시 그 스커트를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네요..제가..
이쁘게 입어지질 않아서 한번도 못입었어요..
기대 정말 많이 했는데..

(수정을 좀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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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케줄을 까드실대로 까드신..
원화맨 한분의 나머지 17커트의 일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회사에서 날밤을 새야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다른 사람들은 다 끝났는데..
아직까지 혼자 무려 17컷을 들고 있습니다..;;

레이아웃작감을 본 원화도 자신이 처리를 못해서 결국은
5명의 다른분에게 뿌려졌답니다..



아무리 움직임이 많은 부분이라지만..총 할당된 양 24컷트 가지고..
단가도 아니고..일정급여계약을 하신 분이..
그러시면...곤란합니다..

2화때도 그러더니..
참..굉장한 분이시지요..-_-;


뒷파트에서 날밤새가면서 마지막 스케줄을
지키셔야하는 분들..이 분을 원망해주세요..

저는 원망은 관둘랍니다..
결국 그런 세계인걸요.. 이 세계는..
한두번 겪은게 아니라서..그러려니..합니다..이젠



근데..제 다음 작감화수인 16화도 벌써 작업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ㅠ..ㅠ